마애불
교실 둘뿐인 두메 산골 학교
8.15 해방 되던 해
듬직한 농사꾼의 아들
가갸거겨 배우러
3 학년 우리반에 들어 왔다
선생님 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
때 묻은 흰 무명 바지저고리에 짚신 신고
늘 조용히 맨뒤 책상에 앉아 공부 했다
동그란 얼굴
가느다란 초생달 같은 눈섶
그는 마애불을 닮았다
그에게서 짚신 깊는 것을 배웠고
조용히 말하는 것도 배웠고
잔잔하게 웃는 것도 배웠다
3 학년이 끝나고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 오지 않았다
산에 나무 하러 들어가
호랑이에 물려 갔다고 들었다
그는 아직도
보은 속리산 속
암자에 앉아
참선을 하고 있으리라
나의마애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