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저녁, 미국 Hershey Lodge의 Cocoa Hall로 들어서는 노신사숙녀들의 의젓한 매무새와 근엄한 표정들은 금새 무너지고 말았다. 서로를 얼싸안고 반가워하는 모습은 정녕 40여년의 세월을 훌쩍 되돌아간 풍경 그대로였다. 누구는 졸업이후 첫 해후인 듯 서로의 얼굴조차 얼른 알아보지 못하는 형편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우리 동기생 이희경('61)군이 1994년에 미주동창회장직을 맡아 Bahama 행사를 알차고 멋지게 치른지 꼭 10년만에 다시 우리 동기생 이재승('61)군이 미주동창회장직을 맡아 2004년도 Hershey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국내외의 우리 동기회가 합심해서 예정에도 없던 졸업 43주년 행사를 꾸미게 된 것이다. 그것은 아마 이재승 회장 내외의 인덕이기도 하고 또 많은 동기생들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친구가 더 그리워진다는 이치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주동창회 '04 학술대회 겸 총회는 아주 좋은 핑계거리여서 이번 Hershey행사 자리에는 우리 동기생들만도 한국에서 6명 미국 각지에서 25명 모두 해서 31쌍이 모여 들었다. [명단은 이글의 끝부분에]
화제가 만발할 수밖에 없었다. 광주리 엎지른 듯 쏟아놓은 얘기꽃들을 어찌 다 여기 주워 담으랴. 그리고 이쪽 회장 저쪽 회장(서휘열, 심영보)의 인사말과 동기생들 근황 소개, 샴페인 건배, 만찬, 기념품 증정, 차기회장(김유홍 '61)선출, 45주년(2006년)행사 계획 토의 등의 공식적인 절차야 굳이 다 말해 무엇하랴. 다만 모임 말미에 내일(7. 2) 저녁 Talent Show출연을 위해 서휘열('61) 회장과 최공창('61) 군이 준비한 「우리 동기생 부부 합창 연습」은 아주 주도면밀해서 거기 모인 50여 노동(老童)들이 꿈에 홀린 듯 꼼짝없이 몇 개의 가곡을 연거푸 부르며 입맞춰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연습결과는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Hershey행사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인 다음날(7월 2일)의 Talent Show순서에서 우리 동기회가 급조한 「동기생 혼성합창단」이 부른 「모닥불」, 「고향의 봄」, 「들에 핀 장미」의 3곡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모든 청중을 압도하기에 충분 했던 것이다. 더구나 Mrs 최길수('61)<김문자/전 건대음대교수>가 지휘하고 Mrs 이동해('61)<이은경/피아니스트>가 피아노 반주를 맡아 하룻밤 연습까지하고 출연한 솜씨를 어디에 견주랴.
또한 이날의 Talent Show에는 또 한건의 우리 동료 깜짝 출연이 있었으니, 최공창('61) 군과 Mrs 손기용('61)<Dr 이종숙>이 각각 미국 대통령 부부 George and Laura Bush의 가면과 복장으로 분장하고 서울의대 남녀 학생 신분으로 배역을 맡고 나와 매우 어눌한 한국말로 학생시절의 고충 ― 힘든 공부, 시험지옥, 재시험, 재재시험… 들을 토로한 풍자극은 만장의 박장대소를 이끌어 낸 압권중의 압권이었다.
어찌보면 우리 제15회('61)동기회는 동기생 이재승 미주동창회장을 등에 업고 졸업 43주년 기념행사를 Hershey의 큰마당에다 벌여 가장 많은 한미의 선후배 청중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아주 멋있게 그리고 신나게 치른 셈이다. 어떤 선배께서는 "이번 Hershey행사에서는 15회('61)의 활약상이 가장 돋보이는구려"하시면서 우리의 그토록 활기차고 의욕에 찬 모습에서 젊게 살아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격려하셨다.
Hershey행사에는 그밖에도 전통의 학술강좌•교양강좌와 Golf프로그램, 그리고 Hershey Chocolate World, Hershey Museum, Hershey Garden 관광, Amish Village, Gettysburg기념관 방문, 뮤지컬 성극(聖劇) 「노아(Noah)」(Millennium 극장)관람 등의 여가 일정이 있었고 행사참가자의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서 참여하였으나 여기서는 지면을 아끼기로 한다. 다만 성극 「노아」를 본 소감 몇마디만 적는다면, Hershey시 이웃의 아주 작은 도시 Strasburg시에 2000석이 넘는 대형극장 [Millennium 극장]이 있었고 여기에서 연중 상설로 몇 개의 성극이 교대로 상연되고 있다는 사실과, 생전에 내 나라 어느 무대에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거대한 무대장치 ― 무대정면은 물론이고 1층객석의 양측면 그러니까 극장전체의 ㄷ(디귿)자 벽이 모두 [노아의 방주] 3층의 내벽(內壁)으로 장식되어 40일간의 대홍수에서 구제된 노아의 가족과 각종 동물 1쌍씩의 실물대모형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 그 웅대함 ― 실제 방주의 크기가 얼마나 컸었나를 가늠하게 하고 성극의 환상적 분위기를 더하기 위한 이 황홀한 눈앞 풍경에 홀려버렸던 일이다.
우리동기회의 졸업 43주년 기념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랜만의 만남을 쉽게 끝내지 않으려던 6쌍의 동기생들이 의기투합해서 연장여행을 감행한 것이다. 미국에서 2쌍(강창욱, 고의걸), 한국에서 4쌍(이갑순, 지삼봉, 최길수, 필자)이 L.A→Grand Canyon→Bryce Canyon→Zion Canyon→Las Vegas→L.A로 돌아오는 4박 5일의 Grand Circle Tour를 시작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여행이란 항상 즐겁다.
볼거리•먹거리•들을거리•즐길거리•체험거리… 등 모두가 그렇다. 더구나 만만한 친구끼리 동행해서 이 「∼거리」들을 함께 감상하며 의견을 나누고 공통의 추억으로 저장할 때 여행의 맛은 극치에 달한다.
1억 5천만년 전후의 나이를 가진 수성암층이 지난 7∼9백만년 동안에 서서히 융기되면서 콜로라도강이나 버진강에 침식되어 형성된 Grand Canyon의 대협곡(大峽谷)이나, Zion Canyon의 반상형(盤床形/Mesa)암벽절벽, 그리고 Bryce Canyon의 첨탑형(尖塔形/Butte)돌탑수풀들의 장관을 무슨 필설과 그림영상으로 그 진경을 옮길 수 있을까?[百聞이 不如一見!]
Las Vegas의 Venezia 호텔 옥내에 진위 구별이 안될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넣은 하늘<천정>과 그 아래 땅위<바닥>에는 이태리 Venezia의 St Marco광장을 재현해서 곤돌라가 운행되는 운하까지 파놓은 놀라운 풍경, 바로 그 모습은 직접보고도 눈을 다시 한번 의심해 볼 지경이다. [見而疑眼!]
철거덕 우루룩, 철거덕 우루룩 ― 슬롯머신의 코인 쏟아지는 소리가 가득찬 Las Vegas Riviera호텔의 Casino Hall에서 25센트 코인 $20어치(80개)를 사서 1개씩 1개씩 집어넣으며 레버를 당기는 player의 짜릿한 맛을 겪어 보지 않은이가 어찌 알랴?[百見이 不如一行!]
LA의 Korea Town은 "너무나 한국적이어서 어쩜 지금 한국보다도 더 한국적"이라더니 「감자골식당」에서 먹은 「감자탕」은 서울의 종로3가 관수동 뒷골목의 원조(?)「감자탕」을 뺨치는 먹거리였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는 LA의 추억거리 하나가 더있다. 이번 Hershey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던 LA지역의 동기생 4쌍(김윤경, 박호성, 이철희, 최성덕)은 우리 일행 6쌍이 LA에 도착하는 것을 알아내고 그들의 단골 중국집[용궁(龍宮)]으로 우리들을 끌어들였다. 여기서 우리들은 실컷먹고 마음껏 마시며 툭터놓고 떠들었다. 반세기전 대학로의 학림다방•진아춘•쌍과부집 얘기, 원남동의 당구장•캬바레 얘기를 시작으로 40여년전 도미초기에 이곳 언어풍습 때문에 골탕먹었던 얘기에서 요즘의 크게 변한 미국의 의료환경과 의사들의 노후생활 전망에 이르기까지 화제는 무궁무진했다. 시간에 쫓겨 모임을 파하자 그들은 우리들을 호텔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리고 내후년(2006년) 45주년때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하며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끝>
[Hershey행사에 참가한 제15회('61)회원명단]
<미국> 강세부, 강창욱, 고의걸, 권순홍, 김성준, 김영철, 김유홍, 김학철, 김화섭, 박승균, 서영석, 서휘열, 손기용, 손주현, 이동해, 이재승, 이준우, 이혜원, 이회백, 이희경, 정의철, 정철융, 최공창, 최용성, 한수웅(이상 25명)
<한국> 심영보, 이갑순, 조일균, 지삼봉, 최규완, 최길수(이상 6명)

여행기와 사진첩 을 보십시요.
Hershey의 해후와 Grand Circle Tour
   - 제15회('61)의 졸업 43주년 행사-

제15회 동기회회장  심영보
Page 1

Pag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