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화단  - 8 - 

빗방울잔치
10월 1일
비로 시작한 10월
다행히 오전에 그치기 시작

비그친 뒷동산에
무슨 꺼리가 있을지 궁금

환삼덩굴 수꽃에 걸린
빗방울
좀 빈약하군

측백나무 側栢 잎에 걸린 빗방울
볼륨이 좀 있나?

거미줄에 걸린 빗방울
애기똥풀 잎에 걸린 빗방울
바랭이 잎, 줄기에도
주렁주렁

벌거벗은 우산살같이
가냘픈 풀
'개기장'에도
빗방울은 셋방살이

빗방울 나란히 나란히
강아지풀에는
이렇게 끝에 달리는데

강아지풀 사촌격인
'금강아지풀'에는
이렇게 털마다 붙어

고려엉겅퀴
화관에도 탐스런
빗방울

엉겅퀴에 놀러온
'산줄점팔랑나비'
물먹으러 온건 아니겠지

붉으레 익어가는
사철나무 열매에도....

도티병원 현관앞
사철나무 중에
열매가 터지기 시작한 것은
이 친구 하나뿐

성모상 옆에
아직도 피고지는 장미
물방울 먹음고 웃어
장미는 언제까지 피는 고야?

꽃봉오리에도
빗방울은 빠짐없이
시멘트 사이

가녀린 '주름잎'에도

용서없이 내려앉은 빗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