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brary of Eunsun Cho
趙殷淳 書齋
(2)

가을


梧桐相待老    오동나무는 서로 마주서서 늙고

鴛鴦會雙死     원앙새는 쌍을 지어서 죽나니…

라고 孟郊가 썼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두 늙은이의 꼴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월은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요? 그 무덥던 날이 어제 같은데 창 밖에 여름 화초는 흔적도 없고 몇 송이 장미만 남아있고요 찬 바람에도 끄떡없는 국화가 한창입니다. 陶淵明의 시가 생각납니다.

采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밑 국화를 따다가

悠然見南山     유연히 남쪽 산을 바라보니

山氣日夕佳    저녁 해에 산 기운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날새들 떼지어 돌아오네

此間有眞意     이 사이에 깊은 의미 있으나

欲辯已忘言    설명할 말 찾을 수 없구나


이 부근에는 단풍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노란 잎이 깔린 시골 길을 걸어 가노라면 Robert Frost가 쓴 시 생각나겠지요.

(2005-10-7)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노랑 물든 나무 사이 갈라진 두 길,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그 두 길 둘 다 좋아 보여서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두 길 다 갈 수 없어 망서리다가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한쪽 길 까마득히 바라다 보니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저 멀리 숲 속으로 굽어 들었지;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그러나 다른 길로 가기로 했지요,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그 길이 아무래도 좋아 보였지,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길가엔 풀도 많았고,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누가 지나간 자국도 적고,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하기야 많은 사람 지나갔었겠지,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그 아침 그 두 길 다 좋았지,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낙엽에는 발자국도 없었지.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아, 그 첫 길 뒷날로 미루었었지!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가는 길 한번 가면 그만이거늘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그 언제 돌아오랴 하면서도요.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먼 훗날 언젠가 어디에선가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하소연 할테지 한숨 질테지;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나무 사이 갈라진 두 길에서, 내가—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내가 한적한 길로 가기로 했었지,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그것으로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오.



이제, 그 먼 훗날이 우리에게 이미 와 버렸는지요? 또는 아직도 오고 있는지요? 그러면 그 노란 나무 사이 갈라진 두 길로 다시 가 볼 수 있으려는지...






한국의 가을 하늘   (우현 김진호)
목차 (제 2 장)

가을 과 가지않은 길

먼 훗날

금슬

꽃(김진호화단을 보고)

먼 훗날


우리가 잘 아는 金素月이 살아 있던 시대에 이 곳 미국에서는 Sara Teasdale이 그이와 비슷한 슬픈 사랑의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두 분의 출생 환경, 생애, 시, 죽음 등이 아주 비슷 합니다.

소월은 1902년에 평안북도 곽산의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이리 저리 방황하다가 1934년에 약을 먹고 가버렸습니다. 사라는 1884년에St. Louis, Missouri의 좋은 집안에 출생하여 역시 여러군데 전전하다가 1933년에 약물 자살 하였습니다. 그러면 비슷한 두 시를 적어 봅니다.


              먼 후일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라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Let it be forgotten                                             잊어 버려야지요


Let it be forgotten, as a flower is forgotten,           잊어야 해요, 꽃이지면 잊어 버리듯이,

Forgotten as a fire that once was singing gold.    한창 불타다가 꺼진 불 같이.

Let it be forgotten for ever and ever,                      아주 영원히 잊어 버려야지요,

Time is a kind friend, he will make us old.             세월이 가면 우리 모두 늙어 버릴테지.



If anyone asks, say it was forgotten                       어느 누가 묻거든, 잊었다 해요,

Long and long ago,                                               벌써 옛날에요,

As a flower, as a fire, as a hushed footfall             꽃이 지듯이, 불이 꺼지듯이,

In a long forgotten snow.                                        그 옛날 눈 위의 발자국 같이.



두 사람 한결같이 사랑에 실패 하였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소월은 생전에 알려지지 않고 총각으로 떠났지만, 사라는 Pulitzer상도 타고 유명했으며 결혼도 한번 해 보았답니다.





금슬


저는 어려서 부터 눈이 나빴습니다. 그 옛날에는 애들에게 안경을 될 수록 끼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면 맨 앞 자리에 앉아서 공부 했고, 그저 온 세상이 안개 낀 동양화 속에서 사는 것 같았지요.

그러다가 국민학교 5학년이 되자 아버님을 따라서 평양 중심가 저자거리 한 건물 2층에 있는 大明眼科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아버님 친구시며 가끔 사랑방에 모여 붓글씨, 蘭草등을 그리던 분이였습니다. 눈을 검사하니 심한 난시라 하며 처방을 끊어 주셨습니다. 며칠 후 안경을 찾아 껴보니 새 세상에 들어간 듯 하였습니다. 학교 운동장 포플라 나무 잎들이 어찌나 팔랑거렸던지 지금도 눈 앞에 선합니다.



그 후에 온 세상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 부산에서 장가를 들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그 옛날 의사 선생님이 부산의 大明眼科 원장이며 저의 장인의 친구이시었습니다. 결혼 때 친필로 쓴 예서(隸書)체 족자를 선물로 주셨는데,



“鐘鼓樂之 琴瑟友之”



라고 써 있었습니다. 이것은 四書五經(또는 四書三經)의 하나인 공자님이 편집 했다는 詩經 중의 關雎(관저=물수리)라는 시에서 나온 글입니다.



參差荇菜(참치행채)     흩어진 마름나물(참치=흩어진 모양)

左右采之(좌우채지)     이리저리 따오네

窈窕淑女(요조숙녀)     정숙한 아가씨

琴瑟友之(금술우지)     금슬 같이 어울리네(琴과 瑟은 고음과 저음의 현악기)



參差荇菜(참치행채)     흩어진 마름나물

左右芼之(좌우모지)     이리저리 삶으네

窈窕淑女(요조숙녀)     정숙한 아가씨

鐘鼓樂之(종고락지)     종고 같이 즐거우네(종은 금속 소리, 북은 은은한 소리)



보시다 싶이 “鍾鼓樂枝 琴瑟友之”는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 족자는 40년이 넘도록 우리 침실에 걸려 있었으니 우리에게는 맞는 순서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가시고 족자는 누렇게 늙었으나 그 글씨는 여전히 힘차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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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화단”의 예쁜 꽃을 보고 있으려니 김소월의 산유화가 생각납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李白은 아름다운 여인을 꽃에 비교했습니다.



雲想衣裳花想容     당신 옷은 구름 같고 얼굴은 꽃 같아요

春風拂檻露華濃     봄 바람 부는 난간 위에 이슬도 아름다워요



Heine도 같은 심정이었으나 감상적이라 할까요.



Du bist wie eine Blume,                                  당신은 한송이 꽃 같아요,

So hold und schön und rein;                            귀엽고 예쁘고 참하니까요;

Ich schau’ dich an,                                           내가 당신을 보고 있으면,

Und Wehmut schleicht mir ins Herz hinein,   슬픔이 내 가슴에 스며들어요,

Mir ist, als ob ich die Hände                            그래서 내 손을 아무래도

Aufs Haupt dir legen sollt’,                              당신 머리 위에 놓고요

Betend, dass Gott dich erhalte                          하느님께 기도 드려야 해요

So rein und schön und hold.                             영원히 참하고 예쁘고 귀엽게요.



아름다운 여인 하면 모란꽃 같겠지요. 金永郞은 이 꽃을 무척 사랑했나 봅니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 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처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蘇東坡도 牧丹이란 시에 보면 관심이 많았습니다.



花好長患稀     꽃이 좋으면 드물까 근심하고

花多信佳否     꽃이 많으면 아름다울까 걱정한다

未有四十枝     아직 마흔 가지도 피지 않았지만

枝枝大如斗    가지마다 크기가 말만 하다오



劉禹錫飮酒看牧丹이란 시에 다른 근심을 그렸습니다.



今日花前飮     오늘 꽃을 앞에 놓고 술을 마시니

甘心醉數杯     기분 좋아 몇 잔 술에 취해 버렸네

但愁花有言     다만 근심스럽다면 꽃이 말할수 있어

不爲老人開    이 늙은이를 위해 핀게 아니라 할까…



꽃이 피면 지게 마련이지만 趙芝薰은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은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나라 妓女 薛濤도 간절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花開不同賞     꽃이 펴도 함께 바라볼 수 없고

花落不同悲    꽃이 져도 같이 슬퍼할 수 없네

欲問相思處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 어디에 있나

花開花落時    꽃 피고 꽃 지는 시절에 있지요



白居易(樂天)도 몹시 쓸쓸했나 봅니다.



留春春不駐     봄을 붓잡아도 봄은 머물으지 않고

春歸人寂寞    봄이 가니 남은 사람만 쓸쓸해져요

厭風風不定     바람을 싫어해도 바람은 그치지 않고

風起花蕭奈     바람이 부니 꽃잎만 훨 훨 지네요



그러나, 꽃은 내년이면 다시 피지만 우리 인생은 가면 돌아오지 않으니…



人間莫만惜花落    사람들아 꽃 진다고 서러워 마라

花落明年依舊開    꽃은 져도 내년이면 다시 피는걸

却最堪悲是流水    슬프고도 슬픈 것은 흘러가는 물

便同人事去無回    인생처럼 한번 가면 안 돌아오네

(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