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혼 Hirshhorn *  조각 공원에서  

                          ----- 로당의 “칼래이 “순교자**”      



1.

백년 전쟁중 불란서 칼래이 Calais 시가 11개월 포위   

공격을 받고 무너질 무렵 여섯명의 의인이 나와 희생을  

자청했다  영국왕의 항복 조건은 여섯 인질이 교수형   

밧줄을 목에 감고 삼베옷을 입고 맨발로 걸어 와서 그 

도시와 성들의 자물쇠를 바치고 사형장으로 끌려가 

죽는 것이 였다      



2. 

칼래이시의 여섯 의인 형장으로 걸어가는 것을 본다    

머리 숙인 얼굴엔 각자의 아픔과 체념이   

움푹 파인 눈과 주름 사이사이 깊이 조각 되어 있다   


목에 감은 투박한 밧줄은 주름진 삼베옷 위로 늘어져 있고  

손은 커다란 열쇠를 쥐고 있다    


새벽 이슬이 푹파인 눈과 얼굴을 눈물로 덮었고 

턱끝에서, 턱수염 끝에서 

한방울 한방울 눈물로 떨어지고 있다     




굵은 손, 손가락 끝마다 이슬 방울 맺혀  

눈물처럼 흘러 내리고 있다   


서러움이 사무처 오랜 세월 손가락 끝마다 눈물을 떨군다    


오랜 역사, 세월이 흐른 오늘 새벽에도

그 한이 눈물로 흐르는 것인가   


잡혀 가는 순교자에게는 신발이 허락 되지 않았다     

무거운 발들, 땅에 붙어 몸은 앞으로 가려 하나  

떨어지지 않는다     



3. 

이름 모를 새들 형장으로 가는 이들의 머리와 어깨를   

슬픔도 모른체 뛰어 놀다 어디론가 날아 간다     


주검을 앞에둔 사람들의 머리, 척 늘어진 어깨위를, 즐겁게 

뛰어 노닐다 어디론가 날아 가는 새들        


한마리 새가 남아  Eustache de Saint-Pierre***의 머리위에 앉아      

북쪽 하늘 처다 보고 슬피 운다   

부리를 찢어지게 벌리고 목을 길게 빼고 피 토하듯 운다  

그 새 한마리 환생의 혼이던가   

환생의 슬픈 노래인가                


4.    

전쟁의 비극은 언제 끝이 날까   

Eustache de Saint-Pierre 의 머리위에 앉아 울던 

새에게 물어 보리라                  






*Washington, D. C..  Smitsthonian  

**Burghers of Calais,  Rodin 의 조각, 그의 첫 Public Monument.     

*** 여섯 의인 중 제일 먼저 희생을 자청한 자                   







            
                                    



        

정두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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